“진취적 기상을 가진 청년 보수가 진짜 보수다”

종합뉴스
“진취적 기상을 가진 청년 보수가 진짜 보수다”
<인터뷰> 미래통합당 순천갑 당협위원장 천하람 변호사
“보수는 겸손이다”
“대구출신 순천사람”
“무연고지만, 순천은 이제는 연고지”
“쓴 소리 하는 국민들 품으로 뛰어들어라”
  • 입력 : 2020. 06.22(월) 18:19
  • 심인섭
천하람 변호사
대구출신 젊은 변호사가 미래통합당에 영입돼 진보의 심장 호남에 21대 총선 출사표를 던질 때 많은 사람이 우려했다. 편한 길을 놔두고 왜 사지나 다름없는 호남이냐 였다. 민주화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이른바 보수정당이 총선에서 민주당을 꺾고 호남에서 승리한 것은 순천의 이정현, 군산의 정운천 등 손에 꼽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 둘은 지역출신이라는 연고가 있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천하람 변호사는 꿈에도 와보지 못한 순천에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도착해 캄캄한 밤하늘을 쳐다보며 무슨 생각에 잠겼을까?

대구출신의 천하람 변호사는 중학교까지 대구에서 산 뒤 부산으로 이사해 곧바로 미국유학길에 올라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학력 인정이 안 돼 대입자격 검정고시로 고려대학교에 입학하고 1기 로스쿨을 거쳐 변호사 시험 1회에 합격할 정도로 수재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정치인을 꿈꿀 정도로 생각이 컸다. 그래서 가장 빠른 길은 변호사가 되는 것으로 판단했고 사회문제와 법률정책에 관한 목소리에 힘을 실을 수 있어 변호사가 되었다는 그의 목소리에 사명감이 묻어났다.

공익법무관으로 시작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주원 소속으로 순천사무소를 내기 위해 준비 중인 천하람 변호사를 21대 총선을 치른 순천에서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Q.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했다. 그것도 보수당인 미래통합당인데 이유가 궁금하다.

A. 보수정치에 대한 생각을 가진 것은 오래되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은 자신의 꿈을 펼치기에 적절하지 않아 많은 청년과 함께 이념을 초월한 청년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보수청년당을 독자 창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범보수 퉁합당인 미래통합당이 출범한 뒤에 많은 청년이 보수의 가치를 높이고 당을 내부로부터 바꿀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올해 2월 입당한 뒤 순천에 공천을 신청했다.

Q.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 그리고 천변호사가 생각하는 진보와 보수는 같은가? 다른가.

A.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보수는 질서와 체계를 지키려는 수구보수였다면, 내가 생각하는 보수와 앞으로 발전해가야 할 보수는 인류가 쌓아온 질서와 체계는 다 이유가 있기에 근본적으로 사회는 급격하게 변하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넌다.’는 말대로 조금 천천히 변해야 하며 인류의 역사와 질서를 존중하고 그것을 겸손하게 바라보는 마음에서 보수가 시작되어야 한다. 역사와 사회는 매일 진일보한다. 수구는 그걸 싫어해 진보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만, 나는 기존 질서는 존중하면서도 사회는 진일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연고가 전혀 없는 순천에서 총선을 치렀다. 왜 순천이었으며 선거운동은 어떻게 했고 선거기간 말하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나?

A. 청년보수당으로 정치를 시작하려고 할 때 그룹의 모토는 ‘호남에서도 존중받는 멀쩡한 보수정치를 하자’였다. 70~80년대에 묶여있는 역사와 사회인식을 2020년대에 맞게 업그레이드하고 정책보수를 지향하면 호남에서도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신념이 생겼다.
실제로 창당을 준비함 모임에는 광주와 여수 등 많은 호남 청년이 활동했는데, 우리세대에는 ‘지역주의는 없다’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호남출마를 권유했으며 상징성이 강한 광주나 목포를 생각했지만, 순천이 지역구인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가 광주보다 조금 더 개방적인 순천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에 힘입어 순천을 선택했다.

선거운동기간 캐치프레이즈는 젊음과 미래였다. 이정현 의원처럼 많은 사람을 만나고 스스럼 없이 다가서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대면선거운동을 못하다 보니 정감이 넘치는 활동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유튜브 등 SNS와 유세차량에 의한 선거운동은 한계가 많아 이번 총선은 득표율보다 대구출신으로 머나먼 순천까지와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선 젊고 참신한 보수정치인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Q. 총선에서 3.02% 득표했다.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 받을 수 없는데 빚이 얼마나 남았나?

A.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급하게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순천에 내려와 코로나19로 어려운 총선을 치렀다. 유학도 다녀오고 좋은 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되었고 아내도 변호사로 이른바 스펙 좋은 사회의 주류로 살았지만, 순천에서는 교감할 시간이 짧아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선거 운동 기간 핑크색 점퍼만 봐도 외면해 힘들었지만, 나를 지지해 준 유권자가 4,058명이나 되었다.

오랜 변호사 생활로 또래에 비해 모아놓은 돈도 있어 크게 빚진 것은 없다. 선거비용도 약 1억 원 정도 들어가 다른 후보에 비하면 절반에 치른 것이다. 앞으로 4년간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내가 더 잘하면 다음 선거 때는 최소 1000% 이상 신장해 당선할 수 있다는 목표를 세워 아예 순천에 변호사 사무실도 개업하고 살기로 작정한 것이다.

Q. 순천에 변호사 사무실 개업을 준비 중이다. 순천에서 계속 살며 총선에 출마하려고 하는가?

A. 원칙적으로 그렇다. 이제 35세로 순천에 뼈를 묻겠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하지만 최소한 다음 총선 때까지는 순천에서 변호사 활동을 하며 최선을 다해 총선을 준비할 것이다. 순천 사람들은 나를 짠하게 생각한다. 연고도 없이 대구에서 순천까지와 고생한다고 많이 위로해 주시며 자신이 나의 연고가 되어주겠다는 분들이 의외로 많다. 그래서 4년 후에도 지속가능한 순천생활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Q. 현재 미래통합당 청년비대위로 활동 중이다. 보수가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권위와 비상식을 버려야 한다. 평상시 선거 때처럼 하면 된다. 우리당의 고질적 병폐는 세 가지다.

첫째 국민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 당이 여의도에 안주해 서민들의 생각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실과 동 떨어지는 말을 쏟아낸다. 기본은 선거철처럼 국민들 옆에서 직접 국민의 말을 들어야 한다.

둘째 당을 지지하는 문턱이 높다. 평소에는 우리당의 역사를 모두 동의해야 지지자로 보지만, 선거 때는 우리당과 조그마한 연결고리만 있다면 지지해 달라고 호소한다.

셋째 과거에 매달려있고 2020년 철학이 부족하다. 보수에 대한 근본철학은 있어야 하지만, 국민들이 당장 바라는 것은 보수나 진보가 아니라 국민들의 삶에 어떤 보탬이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선거 때면 숙원사업과 현안은 무엇인지. 무엇을 도와주면 되는지 묻듯이 곧 들어줄 것처럼 말한다. 청년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은 권위적인 기득권을 가지고 국민을 가르치려는 꼰대정당이다. 그래서 20~30대는 두말할 필요도 없고 40~50대도 우리당을 부담스러워 한다.

그래서 선거 때처럼 권위를 내려놓고 현장에 다니면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면 바뀔 수 있다고 본다.

Q. 김종인 비대위원장의 진취적 보수에 대한 생각과 과거의 보수와 미래의 보수에게 하고싶은 말은?

A. 기본적으로 진취적 보수와 약자와의 동행 등 컨셉과 방향성엔 200% 동의한다. 여의도에 앉아 우리끼리 비대위보다 각 지역을 돌며 개최하고 세월호 유가족, 코로나19 피해자 등 우리 주변의 어려운 이야기를 욕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현장에서 직접 듣는 현장비대위 활동을 기대한다. “쓴 소리 하는 국민들 품으로 아예 뛰어들어라” “가서 쓴소리를 듣는 것이 보약이다.”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온다.

보수는 옛것을 지키는 것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옛날 새마을운동을 보면 지금 기준으로는 진보였다. 산업화가 되니 민주화가 따라왔다.

보수는 항상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 보수의 DNA에는 개혁과 진취가 들어있다. 그런데 최근 보수는 과거의 향수만 찾는 경향이 있다. 우리 스스로 개혁과 진취적 DNA를 발현시켜야 한다. 과거의 향수만 갖고 살고 있거나 70~80년대를 추억하는 분들이 없어지면 우리당도 없어진다.

선진국은 보수와 진보가 균형을 맞추며 왔다갔다하면서 집권한다.

과거의 향수에 얽매이고 집착하면 수구이다. 진취는 진보의 전유물이 아니라 보수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Q. 미래의 보수당을 지지할 유권자들에게 한 말씀

A. 21세기는 감히 보수의 세계가 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린다. 제가 미래통합당을 대표하는 자리에 가있으면 많은 분들이 우리당을 지지해 줄 것으로 믿는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시대이다. 정부가 개입하면 혁신이 많이 나올 것인가? 아니면 정부는 조금 물러나 개인과 기업이 활동할 플랫폼을 만들면 혁신이 많이 나올 것인가?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미래의 창의성과 혁신에 도움을 준다. 젊고 진취적인 사람일수록 보수의 철학에 동의할 것으로 믿고 있다.

자유방임보다 경쟁이 지나치지 않도록 감시하고 강자가 약자를 상대로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공정한 심판자의 역할을 하면 국민의 사랑을 받을 것으로 믿고 있다.

앞으로 지켜봐 달라. 꼭 국민의 품속으로 들어가 함께 할 것이다.

인터뷰 내내 그의 목소리는 굵고 발음이 명확했다. 또랑또랑한 목소리도 좋았다. 웅변을 했냐고 물었더니 그런 건 아니라고 한다. 보수에 대한 철학을 바탕으로 진취적 보수에 대한 생각이 뚜렷한 천 변호사의 꿈은 가늠의 잣대를 드리울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순천이라는 조그마한 지역에 있기엔 미래통합당으로는 아까운 청년 인재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다음 총선은 아니어도 그 이후 총선에서는 이정현 같은 머슴스타일의 보수 국회의원이 나올 가능성을 확인한 자리였다.
심인섭 hoahn01@hanmail.net